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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도깨비(Goblin, 2016-2017), 슬프고도 아름다운 스토리

by 쀼윙 2022.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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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순리대로 죽지 못하고 홀로 영원을 살아가는 도깨비가 된 남자, 그의 불멸을 끝낼 '도깨비 신부'가 인간으로 태어납니다. 운명을 자꾸 거스르는 '도깨비 신부'를 죽음으로 인도하기 위해 이승에 당도한 저승사자는 자꾸만 그들과 엮이게 됩니다.

출연진

김신(배우 공유)

고려의 무인, 그는 무신이라 불린 남자였습니다. 어린 왕의 명령으로 고국에 머물지 못하고 변방을 전전했지만, 늘 승전보를 가져오는 충신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간신의 끝없는 이간질로 그는 충정을 의심받고 여동생을 비롯한 일가족, 그의 수하들과 함께 왕의 손에 죽음을 맞게 됩니다. 원통함에 눈을 감지 못하고 다시 깨어나버린 김신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었습니다. 도깨비가 되어 천년에 가까운 시간을 홀로 견디며,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김신. 그는 여전히 인간적입니다. 때로는 작은 존재를 굽어 보살피는 신처럼, 때로는 정인을 두고 떠나고 싶지 않은 소년처럼 행동하는 김신의 입체감을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왕여(배우 이동욱)

고려의 왕, 간계에 빠져 충신과 왕후의 일가족을 몰살시키고 나라에 망조가 든 것을 외면한 어리석은 자였습니다. 이승에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이들의 몸은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영혼은 바람이 되지 못합니다. 왕여는 기억을 잃은 채로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차사가 됩니다. 자신의 과오를 잊고 체감한들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던 그의 앞에 도깨비로 변한 김신이 나타납니다. 신의 장난으로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명부에 적힌 망자가 '도깨비 신부'라는 이유로 자꾸만 그녀의 저승행을 막아서는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지은탁(배우 김고은)

태어나지 못하고 죽을 운명이었던 아이. 우연히 그녀가 죽을 자리에 도깨비를 이끌었던 힘은 어머니의 지극한 모성인지 신의 변덕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운명은 죽어야 할 이가 살아남은 사실이 불편한 듯 계속 지은탁을 사지로 내몰았습니다. 사면초가인 그녀 앞에 가슴에 검이 꽂힌 남자가 나타나면서 지은탁의 세상은 달라지게 됩니다. 나이 차이가 900살쯤 나는 도깨비는 어린 그녀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기도 하고, 세월이 지나서는 연인이 되기도 합니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견뎌낸 지은탁의 남은 생은 행복으로 가득합니다.


리뷰

한국 고전의 정취가 묻어나는 설화에 낭만이 더해진 어린 시절 누구나 불러본 노래 가사처럼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이야기. 이 작품에는 표면적으로 등장하는 신들이 있습니다. 만물을 만든 '창조신'과 인간을 사랑한다는 속설이 있는 '삼신'은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는 모습을 보입니다. '창조신'에게 인간이란, 세상의 근간을 이루는 부속품 중에 하나일 뿐일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화를 일으키는 골치 아픈 존재입니다. 모든 인간의 어머니나 다름없는 '삼신'의 눈에는 그래도 아픈 손가락이 아닐 수 없겠지만, 때로는 천벌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이 작품 속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전형적인 악인이 아니더라도, 입신양명을 위해 수천의 인간을 베었던 김신 역시 무고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입장에 대한 시대적인 이해가 존재할 뿐입니다. 왕여의 경우는 논할 가치도 없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자는 응당 피지배자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할 의무도 가지게 됩니다. 책임을 다하지 않고 존경을 바라던 어린 왕의 가장 큰 잘못은 간신의 농간에 놀아난 것이며, 인간으로서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스스로를 죽인 일이었습니다.
사람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자의든 타의든 수없이 과오를 범합니다. 인류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법률을 제정하지만, 합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인면수심의 악인들도 허다합니다. 이 작품은 신의 이름을 빌려, 그런 이들에게 권선징악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죽으면 끝이라는 염세적인 사고를 하는 현대인들에게 윤회나 카르마, 다양한 주제를 던지면서요.
단순히 도깨비 김신과 도깨비 신부의 로맨스에만 포커스 두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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