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성균관 대학교가 아니라 진짜 성균관 출신의 남자 구미호 신우여와 현역 여대생인 이담. 세대를 넘어 세기 차이가 나는 두 종족이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아, 그전에 동거부터 하는 것이 포인트.
출연진
이담(배우 이혜리)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보면서 종종 과거를 후회합니다. 자신만의 소신이 있고 당찬 이담은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하면서도, 불필요한 개입은 하지 않습니다. 적당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학업에도 충실하고, 파트타임으로 생활비도 충당합니다. 하지만, 술만 마시면 사고를 치는 그녀의 친구 때문에 이상한 남자와 묘하게 엮여버리고 맙니다. 문제는 이 남자가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신우여(배우 장기용)
이렇게 잘생긴 배우는 오랜만입니다. 인간이 되고 싶었던 너무 똑똑한 짐승, 구미호 신우여. 한국에서 내려오는 설화에 따르면 구미호는 사람을 홀려 간을 빼먹는다고 합니다. 구전을 뒷받침하듯 그는 정말 그림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면모는 너무도 부족합니다. 타인과 교류하기는커녕 사적인 관계를 맺는 것도 꺼려하는 그에게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로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계선우(배우 배인혁)
캠퍼스를 거닐면 한 명 정도는 있을 것 같은 비주얼. 오만방자하고 안하무인인 스테레오 타입의 금수저(부모의 재산으로 호의호식하는 자식을 말합니다)라 학업이든 관계든 성의가 없습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그의 친구들도 다 비슷한 이들끼리 모여, 학우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마음도 없으면서 수작을 걸고 내기를 하는 등 철딱서니들이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들은 다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이담에게 쓴소리를 듣게 됩니다. 전형적인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건 네가 처음이야'라는 전개입니다만, 작품 속에서 꽤 통쾌한 한 방이었기 때문에 거부감은 들지 않았습니다. 계선우가 타고난 악인이 아니라, 그의 유복한 환경이 그를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는 첫사랑을 심하게 겪으며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갑니다.
리뷰
이 작품의 원작은 웹툰이었습니다. 연재하는 동안에도 꽤 열심히 읽었던 작품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드라마화하기 위해 설정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생각보다 완성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이한 정신을 가지고 대충 살아가는 MZ 세대들 가운데 멀쩡한 사람을 가려서 사귀는 것도 일인 요즘, 눈에 차는 남자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런데 너무 괜찮은 사람이 나타난 겁니다. 처음에는 여우구슬 때문에 억하심정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지만, 신우여는 사람보다 나은 짐승임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역사인 그는 이담의 전공인 역사에 조예가 깊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설정이지만, 배울 점이 없는 사람과는 교류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짐승이기에 사랑하는 이담을 지키는 방법이 다소 공격적이라 일반적이지는 않았지만 드라마적인 요소로 감안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사람들의 양상을 보여주는 장면을 볼 때마다 인간에게 애정을 갖기 어려울 만큼 별로라는 것이 사실이라 좀 씁쓸합니다.
순정파인 도재진을 배신한 전 여자친구는 사람이고, 그에게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되어준 것은 구미호였던 양혜선의 순수함이었습니다.
수입도 없으면서 부모의 재력으로 구매한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위화감을 조성하는 계선우와 그를 선망의 대상 정도로 생각하는 대학생들에게서 리얼리티가 느껴집니다.
과제에 동참하지도 않으면서 학점을 받으려고 하는 뻔뻔한 학우들과 친한 후배들에게 답안을 대물림해서 실제 학업 성취에 악영향을 미치는 교수들의 나태함까지 모두 한국의 대학교를 생생하게 그려놓았습니다.
정말 흔하지 않은 사랑할 만한 사람을 '유니콘'이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원작 작가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모두가 예민하고 날카로운 세상에서 모나지 않은 인간을 찾을 수 없어 상상 속의 요물인 구미호를 주인공으로 세운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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