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0년 동안 단 한 번의 다툼도 없었던 기상청 사내 커플, 능력 있기로 유명한 진하경과 그냥 한기준은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진하경은 본청 총괄 2팀의 선임 예보관으로 매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약혼자가 외도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상사의 부재로 임시 총괄 과장이 된 그녀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현장을 목격하고 결국 파혼하게 됩니다. 사내에서 수군대는 구설수를 견디는 것도 고역인데, 다른 이와의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그와 앞으로도 한솥밥을 먹어야 합니다. 그것으로 모자라, 수도권청의 새파랗게 어린 직원에게 쓴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가 본청에 그녀의 부하 직원으로 파견까지 오게 됩니다.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좀 괜찮은 사람이다 싶었는데, 이시우는 자신의 약혼자의 외도 상대인 채유진 기자의 남자 친구였습니다. 뒤통수를 맞은 이들끼리 의기투합하며, 묘한 기류가 흐르게 됩니다.
출연진
진하경(배우 박민영)
박민영 씨가 주로 맡는 역할인 똑 부러지지만 마음은 여린 전형적인 능력 있는 도시 여자 캐릭터. 편모슬하에서 유복하지는 않았지만 바르게 자라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여주인공입니다.
남자친구가 10년간 자신과 한 번도 의견이 부딪힌 적이 없었다는 것을 믿음의 근거로 순진하게도 결혼을 추진합니다. 조건으로만 따지자면 그녀가 밑지는 거라는 말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녀의 약혼자는 외도를 합니다. 상도덕도 없이 같은 직장에서 매일 부딪힐 수도 있는 상대와 말입니다. 그대로 결혼까지 한 그가 계속 본청에 남기로 하고, 그녀에게는 해외 발령 권유가 들어옵니다. 진하경의 직급이 더 높은데도 말입니다. 그녀는 뒤에서 그녀의 험담을 하던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한기준의 뻔뻔함을 폭로하고 본청에 남기로 합니다. 모두가 강단 있는 진하경을 냉담한 인간이라 생각하지만, 가장 상처받은 것은 그녀입니다.
이시우(배우 송강)
날씨에 한해서는 과몰입하는 천재 특보.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아쉽습니다. 자유로운 영혼과 대학생 인턴 같은 연기는 분명 차이가 있을 텐데 표정 연기가 다 비슷합니다.
아버지의 나쁜 예를 전부 보여주는 그의 친부의 영향인지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는 이시우. 그는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하지만, 면전에서 '당신과 결혼할 마음이 없다'라고 말하는 상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의 전 여자 친구인 채유진은 진하경에게는 몹쓸 사람이지만 이시우에게도 그렇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결혼이 완벽한 종착역은 아니지만, 그저 즐겁게 같이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언젠가 끝이 납니다. 언제까지나 행복할 거라는 믿음은 주지 못했던 이시우에게도 책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뷰
상큼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포스터 때문에 가벼운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1화를 재생했다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외도, 정식으로 교제하는 상대를 두고 다른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행위. 꼭 육체적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배덕감이 드는 행동이라면 모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평생 '외도'라는 일과 접점이 없는 인생을 살아온 저로서는 왜 미디어는 자꾸 이런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필 3일 전에 진하경과 유사한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다음 화에 관심도 없었을 겁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자신과 만나던 사람들을 속이고 상처를 주면서까지 힘들게 본인들의 사랑을 쟁취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기 위한 픽션도 존재하지만, 가장 가까운 이를 기만할 수 있었던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감정을 나름 잘 묘사한 것 같습니다.
'기상청 사람들'이 식상하게 미혼들의 연애 이야기만 다루는 작품이 아니라 좋았습니다. 기상청 직원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이들은 더 많은 월급을 비롯해 승진을 위해서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외진 지역으로 파견을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임신 중에 전국 각지로 돌아다니는 남편 때문에 어린 아내는 홀로 아이를 낳아야 했고, 미혼모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습니다. 양육비만 송금하면 아버지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구시대적 발상이 완전히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단언컨대, 육아와 살림은 고작 바깥일을 하는 것보다 수십 배는 힘든 일입니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사랑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책임감 없는 이들의 감정은 서로를 힘들게 하기만 합니다. 이 작품은 꽤 현실적인 표현으로 감정의 소모가 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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